제목 [신촌살롱x한겨레교육] A급보다 빛나는 B급을 위한 공간, 신촌살롱서 재밌게 노는 법
작성자 센터지기 등록일 2018.11.05

[ESC] A급보다 빛나는 B급을 위한 공간, 신촌살롱서 재밌게 노는 법

라이프 레시피┃이기적인 공간

영화 B컷 포스터 전시하는 신촌살롱
영화 PD·연극 연출가 등이 모여 연 공간
신인 배우와 드라마 피디 등의 대화장 마련해
술집 창업·영화 기획 홍보 등 다양한 강의도 할 예정

신촌살롱을 만든 이들. 사진 왼쪽부터 김성우, 원부연, 김선민, 전진모씨.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배우 김민희가 검은 기모노를 입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스터가 한눈에 꽂혔다. 개봉 당시 볼 수 없었던 영화 <아가씨>의 ‘B컷 포스터’다. 장률 감독의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 <경주> 포스터도 한쪽 벽에 걸려 있었다. 역시 B컷이다. 주인공인 배우 박해일이 능 앞을 무심히 지나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사진이었다. 개봉 당시 쓰인 A컷은 주인공인 배우 박해일과 신민아의 모습이 포스터 가득 클로즈업된 것이었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초입에 위치한 ‘신촌살롱’. 김성우 다이스필름 대표 겸 영화 프로듀서, 김선민 스타트업 마케터, 원부연 음주문화 공간기획자이자 술집 ‘모어댄 위스키’ 등 대표, 전진모 연극 연출가가 모여 한 공간을 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마음에 살롱을 찾았다.

이들은 살롱의 첫 번째 행사로 ‘영화 포스터 B컷전 : 비하인드 밧 베스트(behind but best)’ 전시를 준비했다. 지난달 17일 시작한 전시에는 17개의 B컷 영화 포스터가 걸렸다. 김성우 대표는 포스터 디자인회사 5곳에 “아깝게 묻어뒀던 B컷 포스터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영화 포스터 결정은 제작사와 투자사가 한다. 일부 유명 감독만 권한을 갖는 정도다.” 이런 이유로 예술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컷이 B컷으로 전락해 세상의 빛을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전시는 사장된 ‘예술’을 다시 끄집어내는 작업이다. 또한 살롱의 공간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네 명은 신촌살롱 콘셉트를 ‘비하인드’(behind)로 정했다. 강연이든 공연이든 상영이든, ‘주목받지 못한 것’을 이 살롱에서 펼쳐 보여 문화와 사람이 만나는 색다른 공간으로서 신촌살롱이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이 투영된 콘셉트이다.

‘영화 포스터 B컷전 : 비하인드 벗 베스트’ 전시 포스터.

김 대표는 “‘비하인드’란 단어에는 ‘뒤에 있다’는 뜻과 ‘뒤에서 지지한다’는, 두 개의 뜻이 있다”며 “우리가 소개하려는 이들은 주인공이 돼본 적이 없는 사람, 주목받지 못해 본 것들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이고, 그들 뒤엔 우리가 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신촌살롱은 사회적 기업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제안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효시는 신촌극장이다. 1년 전 네 사람은 소박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고자 의기투합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신촌 연립주택 4층 옥상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 소극장을 만들었다. 신촌극장은 지역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문화와 사람이 모이는 일상적인 공간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차에 루트임팩트에서 성수동에 있는 공간을 운영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들은 신촌극장의 콘셉트를 이어 살롱으로 꾸미기로 했다. 성수동에 있지만 ‘신촌’이라는 단어를 굳이 붙이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촌살롱의 바깥 모습.

각자의 이력이 독특한 넷의 인연은 대학교 때 시작됐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연극동아리 ‘토굴’ 선후배 사이로 만난 이들은 연극 공연을 준비하며 두세 달씩 붙어 지내기도 했다. 이 동아리 출신으로 가장 유명해진 인물로는 나영석 피디를 꼽는다.

20대부터 가족 같은 관계로 지냈다지만, 생각도 이력도 다른 이들이 모여 공간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김선민 마케터는 “친구로 지내다 일을 함께하면서 철천지원수가 되는 걸 주변에서 실제로 봤다”면서도 “우리 네 명은 각자 스타일을 서로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엄청난 강점”이라고 말했다. “인간적 매력과 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넷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공간이다. 우리 스스로 ‘색깔이 뚜렷한 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특색 있는 공간을 꾸려 나가보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최근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술집, 갤러리나 디자인 문구점을 겸한 카페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대안 공간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공간은 사람들이 찾아와야 살아나고 제구실을 하는 법이다. 사람들이 모이게 하려면 재밌는 이벤트나 참여거리가 있거나 공간 자체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원부연 대표는 “너도나도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일상 속 아이템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벼룩시장이나 근처 상인과 함께하는 행사도 기획 중이며 ‘비하인드’ 콘셉트에 맞는 프로젝트 기획 전시도 이어나갈 생각이다. 다음 전시는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촬영 장소 섭외자)인 김태영의 사진전을 열 생각이다. 김태영씨는 영화 촬영 현장을 찍은 190만장의 사진을 보유한 이다. 영화 속 ‘비하인드’ 인물인 셈이다.

얼마 전엔 ‘셀텝살롱’(셀프테이프+신촌살롱)도 열었다. 신인 배우는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기획사에 프로필을 돌려도 감독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셀프테이프’는 신인들이 자신의 연기를 촬영해서 프로필처럼 올린 동영상 오디션 앱이다. 감독이나 제작자는 신인들이 이 앱에 올린 동영상과 프로필을 찾아볼 수 있다.
신촌살롱은 몇 달 전 이 앱을 만든 회사와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했다. 신인 연기자와 드라마 책임피디 등이 찾아와 자연스럽게 ‘고군분투 오디션기’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이벤트도 공간이 없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신촌살롱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협업해 강연도 진행할 계획이다. 원부연 음주문화 공간기획자는 자신의 가게를 열었던 경험을 살려 ‘퇴사 후 나만의 가게로 성공하기’란 주제로 강의한다. 공간 콘셉트, 인테리어, 운영, 홍보 전략까지 그동안의 노하우를 들려준다.

신촌살롱의 내부 모습.

영화 <아저씨>, <미씽>, <악질경찰>을 제작한 김성우 대표는 ‘영화 기획 피칭 워크숍’ 강의를 연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 제작자나 투자자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 실제 현장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이들은 각각 11월5일과 12월6일 저녁 7시 신촌살롱에서 첫 강의를 연다.

김 대표는 “아내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일도 아니고 본업과 연결도 안 되는데 굳이 이 일을 왜 하냐고 물어본다. 나의 동력은 ‘재미’다. 신촌살롱을 레이블로 만들고 영화를 만드는 일도 하고,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연결돼 새로운 일을 꾸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넷의 또 다른 ‘작당’이 벌써 기대된다.


강의 신청은 어디서?
신촌살롱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운영한다. 평일은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말은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신촌살롱의 강좌 신청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누리집 또는 전화(02-3279-0900)로 하면 된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기사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